#1영어강의가 너무 안들려서 하루 하나씩 테드를 듣는 습관을 들이고자 결심했고, 첫 영상은 '외국어를 쉽게 익히는 비결이 무엇인가요'였다.'프렌즈 독일어판을 전혀 못알아듣는 채로 시즌2까지 그냥 봤어요, 시즌 3쯤 갑자기 그들의 농담이 들렸을 때의 희열은 정말이지 굉장했어요.'이 약이 효과가 있는지는 시즌3에 다다르고 나서 적을 거다. #2외국에 와서 살면서도, 매일같이 영어를 듣고 쓰면서도 그저 혼자 산다는 느낌이지 외국에서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언제 '아, 내가 외국에 살고 있구나'하고 실감했는지 궁금해진다.그나마 내가 외국에 살고 있구나 싶은 건 세상 야박한 '권리자의 요청으로 해당국가는 서비스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메시지 그리고 최근에 그마저도 'According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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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5#1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신기한 일이다. 잠시 나에게서 떨어져 나와서 나를 관찰하는 그런 기분이 된달까. 우리 애인이랑 연애를 시작한 이래로 내 말투 속에, 행동에서 애인을 발견하는 건 그저 반가운 일이었는데, 시간도 거리도 떨어져 있다보니 반가움 사이로 슬몃슬몃 외로움이 스민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이 역시나 더 크니 잊기 전에 하나 둘 기록해본다.1. 우리 애인은 못 왔지만 우리 애인네 수건은 따라왔다. 빨래 개다가 서울대학교 수건 발견..2. 시장보면서 사이즈별로 지퍼백을 사왔다. 공기를 빼가며 잘 눌러진 야채도, 파도, 떡도 냉동실에 차곡차곡 테트리스됐다.3.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뒤집어 말리기보단 마른 수건으로 닦아서 바로 넣는 습관이 생겼다. 4. 빨래를 개는 방식..
01.143일에 도착했으니 이제 열흘남짓 시간이 지났다. 생활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줄타기 같다. 어딘가 아슬아슬한데 또 걱정할만한가 하면 그런 정도는 아니고. 어떻게든 물건도 사고, 수업도 듣고 아니 수업은 아직 듣는다고 이야기하기엔 그저 흘러가는 말들이 50% 이상인 것 같으니 그저 강의가 있는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 정도로 해두자. 뭔 말인지 모르겠어. 그나마 교재가 있는 것들이면 조금 나은데, 교재없이 대뜸 수업하는 것들은 뭔가 기댈 구석이 없으니 한 번 흘러가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같이 쓸려가곤 한다. 뭔 말인지 모르겠어. 질문인지 그냥 수업인지 구별하는 게 어려워. 뭐가 질문인지 캐치하기가 너무 힘드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수업이 어마어마하게 어려워서 영어가 아니었어도 못 알아먹겠냐 그러면 그건 ..
공부를 한다. 책을 읽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맥주를 마신다. 비는 시간을 꽤나 알차게 채워 은혜를 만난다. (좋아하는 사람의 실명을 눈치보지 않고 거론할 수 있는 공간이구나 여기는. 그래 가까운 곳에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비밀연애의 도피공간이 이렇게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요즘의 나는 이렇게 산다. 공부보다 책의 비중이 높고, 그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의 비중이 높은 요즘이고, 그게 고민이고, 해결책을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고 그 삶을 방치하는 나는 더 고민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죄책감이 덜하다. 죄책감이 아예 없도록 공부를 먼저 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책을 집어든다. 왜인지 모르겠..
일상to다락 #0221정리가 되지 않은 마음을 듣는 일은 참으로 조심해야되는 일이다. 정리되지 않은 타인의 아픔을, 혼란을, 자신마저도 정리를 못할 정도로 흩어져 있는 감정을 하나로 그러모아다 원래의 형태를 찾아주고, 거기다 위로까지 더할 수 있다니.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그런 게 가능하다면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해버릴 거다.내가 참 아끼는 후배의 연애이야기를, 정확히는 이별이야기를 들었다. 밥먹으면서 던진 연애는 잘 하고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은 그 후배는, 왜 헤어졌냐는 내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 아직'이라고 대답했고, 거기서 멈춰야 하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러가서 굳이 더 이별의 이유를 묻는 우를 범했고, 후배는 정리가 안된 자기 감정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첫 사랑을..
다락방 문화칸#0218어떤 가수가 좋아진다는 건(or 심히 치인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음 요 근래 정말이지 열심히 들었던 노래들을 떠올려보자면 일단 안예은, Cheeze 요조, 써니힐(이 분들은 집으로 가는 길 이후에 해체할 줄 알았는데 돌아와줘서 엄청나게 감사한 분들) 정도의 기존에 좋아하던 가수가 있을 것이며, 새로이 치인 가수로는 '신현의와 김루트'가 있다. 한 곡을 듣고 심히 목소리며, 분위기에 치여 전곡을 다 돌리고 있다. 좋아지니 찾아보고, 찾아보니 더 좋아진다는 덕질의 정석을 따르다보니, 저들은 홍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나만 알고 싶은 밴드'이고, 저 노래는 2년 전 노래고 최근 차트 역주행을 한 덕에 내 눈에 걸리었다.그런데 뭐 새로 치인 가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도 ..
라라랜드에 대해서 쓴 글을 군데군데 손봤다. 처음보단 조금 정돈된 느낌이지만 역시나 썩 마음에는 들지 않는 글이다. 좋아하는 걸 세련되고 깔끔하게 전달해 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가끔 글을 쓰지만, 정말 운좋게도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이 냉큼 세련되게 튀어나오는 글들은 대게 내가 적당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글이다. 적당히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적당한 감상. 이 정도를 쓸 때 내게 가장 만족스러운 글이 나온다.정말 좋아하거나, 엄청나게 소중한 것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대게 만족스럽지 않고, 고치고 싶고, 고치고 또 고쳐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글이 되곤 한다. 아마도 긴장일게다. 나한테 정말 소중한 무언가가 보는 사람에겐 그저 그런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엄청난 긴장감. 이 때문에 괜히..
[라라랜드] 별이 별에게 바치는 송가 두 번 보고 싶은 영화는 좋은 영화고, 두 번 봐도 좋은 영화는 인생영화지 처음 볼 땐 영화를 따라 흐르고, 거슬러 오르며 요동치는 감정 속에서 길을 잃었고, (그럼에도 매우 좋았고, 여러 장면이 머릿 속에 남았고) 두 번을 보고 나서야 머리 속에 한 줄기로 정리가 된 영화가 바로 이 라라랜드다. 결과를 알고 보기에 과정은 더욱 빛났고, 그래서 더 슬펐고, 내용을 알기에 영화의 치밀함에도 관심을 기울일수 있었다. 이 영화는 대사도, 노래도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서로가 서로를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OST와 그 가사를 따라 내용을 하나씩 짚어내려가보기로 한다. 영화는 시작하고 사람들은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새로운 태양이,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고,..
힘들어야 하는 날이라고 결심했고, 못나게도 힘들지 못했고, 그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와야하는데 그래야하는데 그 대신 토할 것 같은 긴장감을 단물이라도 나올 것처럼 씹고 또 씹어대던 나는 결국 상대의 입을 빌어서야 겨우겨우 그 힘든 이야기를 시작했다. 확신이 있었지만 최근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확신이 없어졌었어 너의 이야기에, 잘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또 한 번 초라해졌다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숨기지 못했다 끝이라는 이야기가 입 밖으로 쿵 하고 떨어졌을 때 그 자리는, 그 큰 자리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들로 채워졌고, 나는 왜인지도 모르지만 미안해라고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미안해 고개를 저은 너는 벌떡 일어나 카페를 나가버렸고, 황급히 계산을 마치고 따라나온 내 앞에는 내가 달려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