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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문화칸

다락방 문화칸#0218

다락귀신 2017. 2. 18. 10:44

다락방 문화칸#0218

어떤 가수가 좋아진다는 건(or 심히 치인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음 요 근래 정말이지 열심히 들었던 노래들을 떠올려보자면 일단 안예은, Cheeze 요조, 써니힐(이 분들은 집으로 가는 길 이후에 해체할 줄 알았는데 돌아와줘서 엄청나게 감사한 분들) 정도의 기존에 좋아하던 가수가 있을 것이며, 새로이 치인 가수로는 '신현의와 김루트'가 있다. <오빠야> 한 곡을 듣고 심히 목소리며, 분위기에 치여 전곡을 다 돌리고 있다. 좋아지니 찾아보고, 찾아보니 더 좋아진다는 덕질의 정석을 따르다보니, 저들은 홍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나만 알고 싶은 밴드'이고, 저 노래는 2년 전 노래고 최근 차트 역주행을 한 덕에 내 눈에 걸리었다.

그런데 뭐 새로 치인 가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좋아진 이유를 생각하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기준이 얼추 나오더라. 오늘은 그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

나는 추임새를 잘 넣는 가수를 좋아한다 <오빠야> 노래를 들으면서 급 치인 포인트는 '~너무 무서워' 뒤에 이어지는 '예!'라는 딱 한 글자의 추임새였다. 소름 돋는 고음, 넓은 음역대, 매력적인 목소리도 아니고 추임새라니 이 무슨. 그렇지만 역시 추임새다. 고음, 음역대, 목소리 등은 노래를 잘할 수 있는 필요요소 같은 느낌이라면, 추임새는 노래에 대한 정복 선언이다. 무슨 소린고 하니. 그 어떤 훌륭한 고음도, 음역대도, 목소리도 노래의 매력을 살릴지언정 기존에 완성된 악보의 완벽성을 해치지 않는 영역이다. 하지만 추임새라는 건 그 완벽성을 파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이다. 한 노래를 완전히 이해한 후 탁월한 박자감을 가지고 완벽할 것만 같던 노래의 한 부분을 과감히 갈라내 비집고 들어가서, 예상치 못한 느낌을 만들어내는게다. 마치 재즈처럼.

물론 이 추임새가 항상 목소리만으로 나오는 것은 아닐게다. 예를 들어 Kpop스타5 결승전에서 이수정은 안예은의 <Stick-er>를 부르면서, 노래 초반 가사에 맞춰 보였던 한 번의 손짓과 쓴웃음으로 그 노래에서 안예은을 지워냈고 우승을 차지했다. 안예은은 무대에서 한숨으로, 눈빛으로, 음정을 무시하는 노래로, 자유분방한 피아노로 무한한 추임새를 넣을 줄 아는 가수다. 그러니 반할 수밖에, 다른 의미로 비와이 같은 경우엔 팬들이 추임새를 넣을 수 있는 타이밍을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그럼으로 자신의 무대를 멋지게 만들어내는가 하면, 장기하는 곡을 끝도 없이 변주하며 팬도, 밴드도 곡이 언제쯤 끝날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그로 인해 무대를 완벽히 지배하는 음원보다 무대가 훨씬 좋은 대표적인(내 기준) 가수다. 자기들끼리 노래로 잘 노는 스윗소로우까지 내가 좋아라하는 가수들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추임새를 가지고 있다. 그냥 적절한 타이밍에 과감히 밀어넣을 수 있는 무언가. 그거면 된다.

내가 이 노래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한 파괴와 재창조. 그리고 그 노래에 대한 완벽한 소유권 선언. 그래서 추임새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이해고, 여유고, 즐김이다. 이런 추임새를 가진 가수들의 노래는 음원만으로는 그 매력을 온전히 담아낼 수가 없기에 무대영상을 찾아보고, 또 그 가수가 노래하는 무대를 찾게 되는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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