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가는 여행 계획을 세우기를 포기했고. 숙소도 안정했다. 그냥 발이 멈추는데서 먹고 자고 구경해야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거기서 한동안 멈춰서서 책도 읽고, 글도 쓸거야. 일상과의 접점인 휴대폰. 인터넷을 멈추기로 했다. 인터넷을 멈추자 어디도 가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밀려왔다. 낯섦이 주는 두려움. 그리고 그만큼의 흥분 . 역시나 모든 문제는 겪기 전에 생각한 것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해.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관광안내센터가 눈에 띄었고 서너개의 지도를 챙겼고, 터미널 안 카페에 들어가서 지도를 뒤적이며 가고 싶은 길을 찾았고 어렵지 않게 첫 목적지를 정했다. 아무 계획 없이 발닿는대로 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첫 목적지론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
1 꿈에 네가 나왔다. 이제는 '너' 외에는 달리 부를 이름이 없는 네가 나왔다. 너를 부를 수 있는 참으로 다양한 이름을 가졌을 그 때에도 잘 찾지 않던 나의 꿈에, 이제와서 새삼 나타난 너는 "나한테 그러면 안됐어"라는 이야기만은 선명하게 남겨놓고, 이내 사라졌다 . '왜 이제야'라는 질문을 되뇌이다 보니 어느새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더라. 아마도 딱 1년 전 이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돌아갈 수도 없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들 돌아가지도 않을 관계의 사람이 헤어진 지 1주년을 기념하는 것마냥 이렇게 나타나는 것도 상당한 악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아? 참으로 꿈답게도 다양한 사람이, 상황이 입체적으로 섞여있는 와중에도 그 말만은 머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너는 그러면 안됐어. 뭘? 내가 헤어진 직후에 떠..
#1드라마 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예뻐보이고 싶어졌어. 나한테.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걸 할 때 그 사람이 제일 예뻐보이더라고. 나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예뻐보이고 싶어졌어. 딴 사람 말고 내 스스로한테."이 드라마를 한 편도 챙겨보지 않았고, 속상한 기억도 함께 떠오르는 드라마다만, 어쩌다 보게 된 이 한 장면으로, 이 드라마는 나에게 매우 괜찮은 드라마로 남아있다.새삼스레 이 장면을 떠올리는 건 마감이 끝난 9월의 첫 날이기 때문에. 연초에도 안했던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목표가 저 장면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정도 되시겠다. 이번달은 멋있게 살기로 정했다. 누구도 아닌 나한테. 미루지도 않을 거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거고, 지나고 나면 이번달은 진짜 멋있게 잘 보냈다고..
#1 블로그와 조금 친해진 것 같다. 처음엔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참으로 어려웠고, 누구를 청자로 삼아 글을 써야할 지도 고민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냥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될 미래의 나를 독자로 삼아 내가 표현하고 싶은 생각들,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을 솔직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공간에 참 많이 솔직해진 느낌이다. 다락방마냥 간직하고 싶은 생각들, 남몰래 조용히 속살거리고 싶은 말들을 참 많이도 밀어넣고 있다. 그래서 블로그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혼자 뿌듯해졌다. 조금만 더 다락방이 차면 그 때는 나를 좀 더 알아줬으면 하는 사람들도 초대해봐야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지금 같다면 첫 초대가 아주 먼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2 나는 노래를 듣는..
#1 미패드가 왔다 드디어. 아니 온 지는 1주일 정도 됐지만 처음으로 미패드로 글을 쓴다. 워후 화면이 널찍널찍하니까 글쓰기는 참 좋은 것 같다. 최초의 해외직구 아이템인데 불안함을 딛고 무사히 내 손에 벽돌이 아닌 미패드가 도착해서 좋았고, 싸게 껴준다길래 옵션으로 선택했던 필름은 너무나 붙이기 어려워서 포기했고, 케이스 역시 안맞아서 씌워놓으면 전원버튼을 지맘대로 눌러대는 통에 케이스도 쓰지 못한 점은 마음에 안들었고 다음에 저런거 파는데를 찾아가서 필름도 붙이고 맘에 드는 케이스도 사고 해야지. 예상치 못했던(사실 예상하지 못했다는게 더 놀라울 뿐이지만) 중국 롬...심지어 언어선택에 한글 따위 없어. 중국 네 이놈들... 그래서 야심차게 한글롬을 설치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샤오미스토리라는 네이버..
#1 도도씨와 을밀대라는 강남역 평양냉면 집에 냉면을 먹으러 갔다. 처음엔 도도씨가 좋아하는 평양냉면을 먹으러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조금 더 나와 떨어져 살았던 그 사람의 시간을 엿본 느낌이랄까. 그런데 정작 식당에 도착해서는 내 앞에 앉은 도도씨보다 옆자리 테이블에서 나누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쏠렸다. 세네살? (물론 나는 아이의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하지만)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온 그 부부는 쉴새없이 아이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편분은 쉬지 않고 Phoenix를 더 배웠으면 한다고 이야기했고, 아내분은 전에 다니던 유치원은 Math도 Science도 가르치지 않았다며 이번에 옮긴 유치원에 대한 만족감을 표..
#1 폰으로 티스토리를 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일단 쓰기가 힘들고, 뭔가 훅훅 줄이 넘어가버려서 한 문장의 길이를 보기좋게 정리하기도 힘들 뿐더러 무엇보다 한 눈에 글이 들어오질 않는다. 라는 핑계로 주문해버렸습니다. 대륙의 실수라는 미패드2로. 패드를 사는 김에 케이스도 사고, 블루투스 키보드도 사고, 스타일러스 펜도 사고 한국인답게 취미생활의 시작은 장비의 구매부터 하는 것으로 합니다. 아마도 패드가 오면 티스토리에 글을 열심히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봅니다. 지금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2 삶의 의미를 찾지 않으면 나를 찾아와준 올해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한채 빈 손으로 터덜터덜 내 인생에서 떠날 것만 같아서 내 삶에 의미를 갖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1차 목표..
마감시즌이라 집에 오니 11시반 뭘 한 것도 없는데 1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볼 거라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누웠다. 형은 나에게 이미 영화를 누리고 있지 않냐고, 돈 벌고 편히 잘 수 있는게 이미 충분히 영화라고 했다. 나는 퇴근하고 와서 저녁이라도 먹으면 9시인 지금의 삶에서 내 저녁시간이 갖고 싶고, 회사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큰 게, 회사에서 하는 일에 능숙해지는게 나 자신의 발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게 불만이며, 그림도 배우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정작 퇴근하면 아무 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탈진한 채 하루하루를 떼밀려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형은 9시부터라도 니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