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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to다락

일상to다락#0626

다락귀신 2016. 6. 26. 14:01
#1
미패드가 왔다 드디어. 아니 온 지는 1주일 정도 됐지만 처음으로 미패드로 글을 쓴다. 워후 화면이 널찍널찍하니까 글쓰기는 참 좋은 것 같다.
최초의 해외직구 아이템인데 불안함을 딛고 무사히 내 손에 벽돌이 아닌 미패드가 도착해서 좋았고, 싸게 껴준다길래 옵션으로 선택했던 필름은 너무나 붙이기 어려워서 포기했고, 케이스 역시 안맞아서 씌워놓으면 전원버튼을 지맘대로 눌러대는 통에 케이스도 쓰지 못한 점은 마음에 안들었고 다음에 저런거 파는데를 찾아가서 필름도 붙이고 맘에 드는 케이스도 사고 해야지. 예상치 못했던(사실 예상하지 못했다는게 더 놀라울 뿐이지만) 중국 롬...심지어 언어선택에 한글 따위 없어. 중국 네 이놈들...
그래서 야심차게 한글롬을 설치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샤오미스토리라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까지 했거늘, 이 사람들 조사만 한글인 새로운 외국어를 마구마구 내뱉고 있어. 이과 망했으면...아니 내 미패드에 한글롬만 깔아주고 망했으면...아니 역시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한다는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습니다.
차근차근 배워가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임시방편으로 구글플레이스토어만 오픈하고 한글키보드를 깔아서 쓰는 중. 뭔가 새로운 물건을 들인다는 것은, 그것도 싸게 들인다는 것은 이리도 힘이 듭니다.

#2
이 다락에 두 번째 댓글이 달렸어! 무려 같은 사람한테서. 그런데 그 사람 아이디를 눌러서 들어가보니 대출정보를 소개한 글 하나만 떡하니...그럼 그렇지 싶다가도 이 사람이 내 블로그에 광고글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글 잘봤다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댓글을 써주는데..습관적으로 어느 블로그에나 간단한 댓글을 남겨서 자기 블로그로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단 진짜로 이 곳이 맘에 들어서 찾아오는 사람일 거라고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좋은게 좋은거니까.

#3
프래그에서 강의를 했다.  <기획서 프로세스>. 개인별로 자기가 원하는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 방안을 짜오고 발표하면 그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쓰고 까기라고 읽는)을 하는 형식의 강의. 평균적으로 약 8시간 정도 강의를 하는 것 같다. 농담처럼 수능보다 힘들다고 이야기했지만, 내 강의가 한 명에게도 의미없어지지 않도록 모두의 기획서를 집중해서 보려면 내가 살면서 가장 오래 집중해야 했던 수능 때보다 더 긴 시간 집중을 해야하는걸. 한 번 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야. 그래도 듣고나서 참 좋았었노라고, 후배들한테 꼭 들어야한다고 추천해주는 졸업생들이 있어서, 그 말들이 좋아서 강의를 그만둘 수가 없다. 사실 재학생들이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건 별로 와닿지 않아. 그들이 강사 앞에서 에이 별로였어요 할 것도 아니고, 괜찮았냐고 물어보면 다 좋았다고 하겠지. 뭐 그들이 좋았다고 평가하는 것 때문에만 강의를 계속 이어가는 건 아니고, 강의라는 건 언제나 다른 사람한테 뭔가를 알려주는 듯 하지만 오히려 내가 배우는 자리고, 내가 성장을 멈추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자리다.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것들을 전달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정리를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막연히 내가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 후배가 멋들어지게 회사별 손익계산서를 넣어 만든 있어보이는(하지만 정작 의미는 없는) 기획서를 들고 왔고, 마침 나는 작년 말부터 재무팀이었는걸. 손익계산서를 볼 줄 아냐고 물어봤고, 역시나 제대로 모른채 긁어온 거였고, 미안하게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혹독하게 피드백을 해버렸다. 피드백을 잔뜩 쏟아내놓고 마지막에 '있어보이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모르면 쓰지 말라고' 상처받을 말까지(이렇게 후배를 또 하나 잃어습니다). 이런거 보면 나도 참 성질이 드럽다. 남이 빤히 보이는 허세를 부리고, 내가 좀 하지? 하고 의기양양해있는게 너무 보기가 싫다. 그 후배에게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길 바라지만 본인의 발표가 끝난 뒤 연신 관자놀이를 누르고, 눈두덩이를 문지르는 후배의 모습을 보고 나니  도움보다는 자존심을 긁어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서 신경이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무슨 권리로 그들이 노력을 기울인 기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존심을 긁는가'는 이 강의를 일곱기수째 이어오고 있으면서도 꾸준히 남아있는 고민이고, 나는 내 나름대로 꾸준히 공부하고 열심히 강의자료를 준비해서, '납득할 수 없는 비난으로 자존심만 상하는 의미없는 시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공부하던 회계원리 덕분에 지난 기수 강의에선 읽어내지 못했을 기획서 상의 허점을 읽어내고 피드백을 했다는 건 후배한텐 미안하지만 나 스스로에겐 내가 정체해있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뿌듯한 경험이기도 했다. 동기들, 후배들이 찾아와준 것도, 차장님이 찾아와서 이제 내가 강의 안해도 니가 알아서 다 하겠다고 몇 기수째 이어오는 엄살을 피우신 것도 참 좋았던 하루를 다 썼지만 행복했던 하루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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