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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to다락

일상to다락#0702

다락귀신 2016. 7. 2. 22:25
#1
블로그와 조금 친해진 것 같다. 처음엔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참으로 어려웠고, 누구를 청자로 삼아 글을 써야할 지도 고민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냥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될 미래의 나를 독자로 삼아 내가 표현하고 싶은 생각들,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을 솔직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공간에 참 많이 솔직해진 느낌이다. 다락방마냥 간직하고 싶은 생각들, 남몰래 조용히 속살거리고 싶은 말들을 참 많이도 밀어넣고 있다. 그래서 블로그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혼자 뿌듯해졌다. 조금만 더 다락방이 차면 그 때는 나를 좀 더 알아줬으면 하는 사람들도 초대해봐야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지금 같다면 첫 초대가 아주 먼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2
나는 노래를 듣는 것도, 노래하는 무대를 보는 것도 참 좋아한다. 둘 중에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나는 노래를 보는 쪽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것도 부르는 사람이 참 행복한 표정을 갖고 노래하는 그런 무대를 좋아한다. 음 이게 어려운 게 '웃으면서 노래하네? 행복해보인다!' 혹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노래를 부르네? 안행복해보여!' 뭐 이런 건 아니고, 막연한 느낌적인 느낌이란게 있다. '예쁘게 못생겼다.'와 '못생기게 이쁘다.'의 차이 정도일까? 이게 더 어려운 표현이려나. 어쨌든.
나는 다양한 무대 중에서도 듀엣 무대를 참 좋아라 한다. 잘 만들어진 듀엣 무대는서로가 서로에게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그 반짝임 속에서 두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이 몽글몽글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그래서 괜히 보고있는 나까지 행복한 기분이 되어버리는 거다. 요새는 그래서 '듀엣가요제'를 정말 열심히 정도까진 아니고 나름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참 많은 듀엣을 보게 되는데, 이들을 보고 있자면 누군가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일을 해보면 그 사람의 사람됨이 녹아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신이 누군가를 끌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 '듀엣가요제'란 프로그램이 아무래도 가수와 아마추어가 듀엣을 하다보니 아마추어분들은 마냥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고, 가수가 상대에게 맞춰줘야하는 상황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 상황에서 자신이 빛날 기회를 욕심내는 사람도 있고, 자기파트의 완벽만을 기하는 사람도 있고, 상대를 위해 자신을 접어주는 사람도 있다. 참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와의 무대를 꾸미고, 그 속에서 다시 보고 싶은 멋진 무대도, 아쉬운 무대도 나온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산들'이라는 가수가 참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상대와의 무대를 꾸미면서 끊임없이 파트너의 눈을 쳐다보고, 표정으로, 제스쳐로, 때론 노래로 상대가 안심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희생이 과하지 않다는 점이 좋았다. 파트너를 품어내면서도 본인 역시 너무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산들'과 '조선영'이라는 파트너가 꾸미는 무대를 보면 노래만큼이나 서로가 서로를 보는 표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곤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이끌어 간다는 것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저렇게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자신을 과도하게 희생하지 않고, 딱 할 수 있는 만큼만 뒤에서 받쳐주고, 또 밀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제자 듀엣가요제에 김윤아가 나왔다. 그리고 상대를 끌어주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줬다. '제가 혼자 만약에 하는 무대면 이런 부담 없을 것 같은데요. 제 파트너를 위한 무대니까.. 굉장히 긴장돼요. 같이 저도'라는 인터뷰만큼이나 예상치도 못했던 파괴적인 듀엣이었다. 파트너가 빛날 수 있는 무대여야 하니 선곡도 파트너에게 맡겼다고 했다. <If You>라는 곡은 이번 무대를 준비하기 전까지 몰랐던 곡이라고.. 그렇게 무대가 시작됐고, 김윤아는 파트너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꺼내놓을 때마다 패널을, 그리고 방청객들을 압도했다. 그 무대에서 파트너가 누구였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김윤아의 무대가 있었기에 은혜로웠다. 패널들은 은총을 받은 것 같다고 김윤아를 칭송하기 바빴다. 그냥 솔로무대지 듀엣무대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김윤아에 취해서 무대를 돌려보고, 돌려보다 보니 이건 어떤 의미에서 참 좋은 듀엣무대였다. 김윤아는 자신의 힘만으론 갈 수 없는 경지에 파트너를 끌어다 놓고, 자기 페이스대로 달려버렸다. 상대를 따뜻하게 바라봐주지도 어떤 제스처로 격려해주지도 않았다. 그냥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 그 뿐이었다. 파트너는 그 처음 보는 경지에서 어떻게든 상대의 보조를 맞추려고 점점 자신의 능력 이상을 끌어냈다. 무대가 흘러갈 수록 아마추어 파트너는 점점 더 빛나고 있었다. 무대가 끝나고 김윤아는 파트너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줬고, 꼭 안아줬다. 그걸로 끝.
저런 걸 카리스마라고 하는 거겠지. 밴드를 준비하고 있는 파트너가 20년 전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응원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 응원이 따뜻한 말 같은 건 아니었다. 스스로  완벽한 무대를 보임으로써 상대가 홀려서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매력. 아마도 성격 상 내가 가질 수 있는 모습은 아닐테지만 저런 카리스마도 참 멋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사람을 응원하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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