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랜만에 다락을 찾았다. 형이 시험이 끝났고, 예상과 달리 너무도 빨리 집으로 내려가버렸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온 집은 이내 현실에 존재하는 다락이 되었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들어갔고, 게임을 했고, 드라마를 봤고, 잠을 잤다. 주말이 되어도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청소도 최소한으로 정말 이건 내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위협한다 싶을 정도의 것들만을 치웠다. 참 많이 잤고, 선물로 받은 향초를 켜봤으며 침대머리에 기대서 스탠드를 켜놓고 책을 봤다. 아주 조금. 그러다보니 공부도, 블로그도 시들해졌고, 해야됨을 알면서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간이 흘러갔다. 아무 것도 안할 때 늘 그러하듯이 엄청나게 빠르게. 다시 한 번 나를 움켜질 계기가 필요했다. ..
#1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었는데 '나한테 초대장을 보내줬던'까지 쓰고는 글이 삼천포로 새버렸다. 단순한 이름자를 따다 쓰는 건 너무 쉽고, '후배'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One of them 같은 느낌이고. 뭔가 한 사람을 칭할만한 호칭을 생각하다 F라고 부르기로 했다. 'F'ree해 보이면서, 아직 Free하지 못한 면이 많아 이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F'를 피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참 이뻐라 하는 사람이라 억지로 껴맞춘 'F'reety라는 한 글자의 오타 정도엔 자유로워보이고 좋다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줄 사람같기도 하고,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F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우루루 떠올라버려서 그냥 F로 부르기로 했다. 안녕 F. #2 그래 아까 하고 싶던..
#1 당장 눈 앞에 놓인 길보단 길의 평탄도든 그 길 주변의 풍경이든 길 끝의 이상적인 목적지든 오래 걸을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상반기 취업을 실패했다며 인생 길게 보겠다는 후배에게 해준 이 이야기는 사실 과거의 나를 만나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2 강남역 여대생 살인사건 지하철 비정규직 사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만, 그 중 가장 씁쓸한 생각은 사람들이 사건이 하나 터지면 가장 먼저 누구를 욕할지 찾는 것 같단 것. 그리고 그 욕, 혹은 욕의 공유로 자신의 정의로움을 한껏 뽐내는 데서 만족감을 얻은 뒤 정작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에 대한 고민 또는 어떻게 바뀌어가는지에 대한 확인으로 이어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