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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in다락

생각in다락#0620

다락귀신 2016. 6. 20. 20:33
#1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었는데 '나한테 초대장을 보내줬던'까지 쓰고는 글이 삼천포로 새버렸다. 단순한 이름자를 따다 쓰는 건 너무 쉽고, '후배'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One of them 같은 느낌이고. 뭔가 한 사람을 칭할만한 호칭을 생각하다 F라고 부르기로 했다. 'F'ree해 보이면서, 아직 Free하지 못한 면이 많아 이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F'를 피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참 이뻐라 하는 사람이라 억지로 껴맞춘 'F'reety라는 한 글자의 오타 정도엔 자유로워보이고 좋다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줄 사람같기도 하고,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F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우루루 떠올라버려서 그냥 F로 부르기로 했다. 안녕 F.

#2
그래 아까 하고 싶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블로그에 내 이야기가 어느 정도 쌓이기 전엔, 그리고 글  쓰는 습관이 어느 정도 들기 전엔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지라 나에게 초대장을 보내준 F를 제외하곤 아직은 아무도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 다락방에 예상 외의 손님이 찾아왔다. '좋은 글'을 봤다고 이야기해줬다. 처음에는 낯선 이 방문객에 당황했고, '좋은 글'이라는 표현에 이질감이 들었다. 아직 사적인 내 공간을 침입당한 기분이었달까. 그래서 댓글을 지울까 생각까지 들었지만 결국 좋게 좋게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언젠가는 여유롭고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Hello, stranger 같은 그런거. 세상사 맘대로 되는 법은 없는 게다 아마도.
낯선 손님의 방문에 다락방에 남기는 글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됐다. 나는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어디까지 이 곳에 쓸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는데, 어디까지 솔직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어느 정도 이야기를 써야할지도 모르겠고, 누구한테 보여주고, 누구한테 보여주지 말아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이 사람을 떠올리면 이 정도는 써도 될 것 같고, 이 사람을 떠올리면 이 이야기는 쓰면 안될 것 같고 그런 상태인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쓸 수 있는 이야기들만을 쓰기로 했다. 머리 속에서 틈만 나면 탈출해버리는 몽글몽글한 생각들을 최대한 많이 글로 잡아두는게다. 결국은 세상사 맘대로 되는 법 없듯이 이 블로그도 쓰고 쓰고 쓰다 보면 그 몽글몽글한 생각들이 모여 어느 순간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일단 쓰는 거다.

#3
위닝일레븐 20주년 바이럴 영상을 봤다. 한 직장인이 회식 후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대학시절 친구들과 위닝일레븐을 하던 시절의 꿈을 꾸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하지 않을래. 위닝일레븐'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영상.
나도 변한게 없는데. 여전히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스물한살 때 그랬던 것처럼 별 의미도 없는 이야기로 시시덕거리며 밤을 지새울 수 있는데. 느지막히 일어나 해장엔 뭐가 가장 좋은지 따위에 대해 세상 진지하게 토론을 할 수도 있는데. 나는 변한게 없는데 참 많은 게 변해버렸다. 석달이 다 되도록 그리도 친한 친구를 못보는게 당연해져 버렸고, 친구는 미리 약속을 정해야만 볼 수 있는게 당연해져 버렸고. 그래 그렇게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당연해지고, 나도 모르는새 나는 변해있었다.
사회가 먼저 변했는지, 나이가 들면서 내가 먼저 변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한 쪽이 먼저 변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둘 다 동시에 요이땅 정도로 변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사회가 원하는 대로 내가 변하고, 변한 내가 더 높은 곳을 원하고, 그 사회는 자기 구미에 맞게 나를 바꾸고, 나는 또 더 높은 곳을 보고. 그 높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나의 야망이든, 가족의 기대든, 주변의 시선이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던 마중물이 떨어진 순간, 네가 한 번, 내가 한 번 '어이차 어기여차' 정도의 멈추지 않을 변화가 시작돼버렸다. 끊임없이 밀고, 밀리며 굴러가는 건 힘든 일이다. 그 힘듦을 주변에 털어놓아도,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면서도 이내 '잘하고 있어, Keep going' 정도를 이야기하고 마는 거다. 그래 그 정도가 역시도 구르고 있는 그들이 내어줄 수 있는 최고의 대답일게다. 그래도 생각을 멈추지 않고, 조금은 고민을 하며 굴러가다보면, 구르는 방향을 조금은, 어쩌면 조금 많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정도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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