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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에 대해서 쓴 글을 군데군데 손봤다. 처음보단 조금 정돈된 느낌이지만 역시나 썩 마음에는 들지 않는 글이다.
좋아하는 걸 세련되고 깔끔하게 전달해 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가끔 글을 쓰지만, 정말 운좋게도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이 냉큼 세련되게 튀어나오는 글들은 대게 내가 적당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글이다. 적당히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적당한 감상. 이 정도를 쓸 때 내게 가장 만족스러운 글이 나온다.
정말 좋아하거나, 엄청나게 소중한 것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대게 만족스럽지 않고, 고치고 싶고, 고치고 또 고쳐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글이 되곤 한다. 아마도 긴장일게다. 나한테 정말 소중한 무언가가 보는 사람에겐 그저 그런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엄청난 긴장감. 이 때문에 괜히 평소보다 수식어도 많이 들어가고, 힘이 빡 들어간, 폼을 있는대로 잡은 못 생긴 글이 나오고 마는 게다.
사람을 좋아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게 내게 먼저 호감을 표하는 사람들은 내가 막 엄청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 앞에선 잘도 능글능글 넘어가지던 말들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선 투박하게 덩어리져 뚝 뚝 떨어지곤 한다.
멋있는 척 한 덩어리,
어른인 척 두 덩어리,
다 아는 척 한 덩어리.
말 한 마디, 생각 백 번, 후회 열 번 정도의 그런 이야기들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털어놓다 보면, 정말이지 나는 최악이 아닌가, 나와 있었던 시간이 재미없지 않았을까. 주제넘지는 않았을까 따위의 미련이 덕지덕지 붙은 채로 돌아오게 되는 거다.
좋아하는 걸 깔끔하고 세련되게 전달하는 건, 정말이지 자랑하고 싶고, 영업하고 싶은 덕심넘치는 감정을 꾹 참고 덜어낸 뒤에야 할 수 있는 달관의 경지이기에, 오늘도 글밥먹고 살긴 글렀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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