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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to다락

일상to다락#0601

다락귀신 2016. 6. 1. 07:33
마감시즌이라 집에 오니 11시반
뭘 한 것도 없는데 1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볼 거라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누웠다.
형은 나에게 이미 영화를 누리고 있지 않냐고, 돈 벌고 편히 잘 수 있는게 이미 충분히 영화라고 했다.
나는 퇴근하고 와서 저녁이라도 먹으면 9시인 지금의 삶에서 내 저녁시간이 갖고 싶고, 회사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큰 게, 회사에서 하는 일에 능숙해지는게 나 자신의 발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게 불만이며, 그림도 배우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정작 퇴근하면 아무 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탈진한 채 하루하루를 떼밀려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형은 9시부터라도 니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며, 늦게까지 일하고도 수묵화를 배우고 있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주말을 이용해 보드 동호회를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이 퇴근시간이 빨라서 그걸 하는 건 아닐 거라고 했다.
사회 탓을 하고 불평하기 전에 긍정적인 시각으로 현재 속에서 최선을 찾아야한다는 것. 분명 그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에 마감시즌의 피곤한 상태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내가 의지가 부족한 걸로 하자고 짜증섞인 말을 씹어내며, 그런데 그렇게 모든 걸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 사회는 죄가 없다며 돌아누웠다.
형은 사회는 개인의 합일 뿐이고 개인의 약속에 의해 이뤄지는 무형의 존재일 뿐인데 사회에 무슨 죄가 있을 수 있냐고 이야기했고,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또 형은 만약에 나중에 니 자식이 이런 불만을 토로하면 뭐라고 이야기해줄 거냐고 물으며 생각할 거리를 더했다.
형도 나도 공감과 이해가 없는 폭력적인 대화를, 어차피 답이 안날 그 대화를 참 길게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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