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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to다락

일상to다락#1020

다락귀신 2016. 10. 29. 16:00
1
꿈에 네가 나왔다.
이제는 '너' 외에는 달리 부를 이름이 없는 네가 나왔다.
너를 부를 수 있는 참으로 다양한 이름을 가졌을 그 때에도 잘 찾지 않던 나의 꿈에, 이제와서 새삼 나타난 너는 "나한테 그러면 안됐어"라는 이야기만은 선명하게 남겨놓고, 이내 사라졌다 . '왜 이제야'라는 질문을 되뇌이다 보니 어느새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더라. 아마도 딱 1년 전 이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돌아갈 수도 없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들 돌아가지도 않을 관계의 사람이 헤어진 지 1주년을 기념하는 것마냥 이렇게 나타나는 것도 상당한 악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아?
참으로 꿈답게도 다양한 사람이, 상황이 입체적으로 섞여있는 와중에도 그 말만은 머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너는 그러면 안됐어. 뭘?
내가 헤어진 직후에 떠올린 아마도 그러면 안됐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때도, 너는 나에게 명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아니, 너는 말했고, 나는 알아듣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너를 이제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건 이유가 필요없는 너무 완벽한 헤어짐의 조건이잖아. 그래서 나는 '왜'라는 질문을 차마 너에게 건네지 못했고, 그 '왜'는 내 안을 한참 동안 멤돌며 내가 아는 너 속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나에겐 갑작스런 이별이었고, 그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만큼의 이유가 필요했다.
내가 아는 너에,
추측을 더하고,
시간을 덮어서.
헤어짐의 이유를 만들었고, '이해'를 했다고 생각했다.

너는 그러면 안됐어.

그러면 안됐어...

내가 열심히 쌓아온 1년을 파내고, 다시 살아낸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힘든 하루였다.

2.
힘든 하루였다. 라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너무나 피곤했고, 다른 사람을 담아낼 여유가 없는 그런 하루였다.
하지만 힘든 일들은 언제나 겹쳐서 찾아오고, 오늘 역시 그랬다.
어쩌면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는 여지들은 언제나 비슷하게 있지만,
평소엔 터지지 않도록 여유를 갖고 풀어내다가,
힘들 땐 그걸 풀어낼 여유따위 없이 그냥 나몰라라 하고 터트리는 것일지도 몰라
도도씨를 만났다.
문과남자와 이과여자를 필두로 참 다른게 많은 우리.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나름 잘 맞춰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냥 둘 다 입 밖에 내놓지 않고 서로의 마음 안에서 이해하려고 애썼던 모양이다.
싸움은 한 쪽이, 혹은 양쪽이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시작된단 점에서 문제가 터지기 참 좋았던 하루였고, 역시나 터졌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 밝은 표정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줄 수 있는 그것보다 못하다고 느껴질 때의 기분은 참 미묘하다.
피곤함이 이유일 거라고 생각했던, 내 마지막 자존심도 깨졌고.
그냥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었단 것이 여실히 드러난 하루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고, 도도씨도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그렇기 때문에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아, 오늘은 말고.
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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