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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to다락

생활in로테르담 0115

다락귀신 2019. 1. 15. 09:29

01.14

3일에 도착했으니 이제 열흘남짓 시간이 지났다. 생활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줄타기 같다. 어딘가 아슬아슬한데 또 걱정할만한가 하면 그런 정도는 아니고. 어떻게든 물건도 사고, 수업도 듣고 아니 수업은 아직 듣는다고 이야기하기엔 그저 흘러가는 말들이 50% 이상인 것 같으니 그저 강의가 있는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 정도로 해두자. 뭔 말인지 모르겠어. 그나마 교재가 있는 것들이면 조금 나은데, 교재없이 대뜸 수업하는 것들은 뭔가 기댈 구석이 없으니 한 번 흘러가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같이 쓸려가곤 한다. 뭔 말인지 모르겠어. 질문인지 그냥 수업인지 구별하는 게 어려워. 뭐가 질문인지 캐치하기가 너무 힘드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수업이 어마어마하게 어려워서 영어가 아니었어도 못 알아먹겠냐 그러면 그건 아니란 말이지.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줄타기 같은 건데, 금방이라도 줄이 끊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심리상태, 친구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 그런 건 아니고 그저 내가 잘났고, 뭐 저렇게 기본적인 것들을 강의하고 있어(예를 들면 통계 수업에서 피벗테이블 만들면서 무슨 변인을 열에 넣을까요 행에 넣을까요 물어보고 있는 거라든가, 값 표시 형식 안바껴서 교수가 이거 어떻게 해야될지 물어보는 거라든가)라고 생각하자니 거만해져서 수업에 집중이 안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뭘 알겠어. 생각하고 있자니 의기소침해져서 말도 잘 안나오고 들리는 것도 더 안들리는 그런 상황 정도의 줄타기 되시겠다. 징징대봐야 달라지는 건 없겠거니 하고 나날이 잘 들을 수 있다고 다짐한다고 집을 나선다만, 수업이 들리는게 열흘만에 드라마틱하게 나아진 것도 아니거니와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데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을 거는 게 아직까진 참 많은 고민과 결심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켜켜이 쌓아놓고 나중에 두세달이 지나서 이제 영어에 익숙해져서 내가 그 때 그런 적이 있었지 하고 계면쩍게 뒤돌아볼 수 있길 바라며 기록으로 남겨둔다.

- 도서관을 다녀왔다. 곳곳에 편한 의자와 플로어스탠드가 놓여있고, 공부를 위한 자리도 배치되어있다. 7월쯤 되면 여유가 좀 생긴댔으니 그 때는 저 플로어스탠드 옆 편한 의자에 앉아 영어로 된 책을 별 문제없이 슥슥 읽을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 여기 공부하는 자리가 그냥 공부테이블이 있는 곳, 그리고 Silent라고 적어놓은 공간이 있는데, 진짜로 Silent인 곳 말고는 사람들이 그냥 이야기한다. 대출데스크 앞 테이블에 자리가 있어서 앉았었는데 뒤에 데스크 직원이 쉴새없이 누군가와 이야기를(꽤나 큰 소리로) 하고 있어서 결국 조용존으로 옮겨가서 공부했다. 12시쯤 나올 때 보니 보통존 한 쪽에선 팀 모임도 하고 있더라. 뭔가 문화충격

- 집에 와있는데 갑자기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왠지 그럴 것 같았다. 잠들기 전 달달이랑 영상통화를 하면서 같이 걷던 길들이 어렴풋이 보이니까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잠든 줄도 모른채로 잠깐 꿈이라도 꿨던 것처럼, 그냥 그렇게 문득 생생한 착각이 다가왔다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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