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특히 좋아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는 일은 더더욱 사소하기 그지없는 것들을 계기로 일어난다. 드라마처럼 로맨틱하고 , 극적인 상황 속이라든가, 귓가에 종소리가 들리고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기적같은 상황에서 눈 앞의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풍선마냥 부풀어오르는 그런 연애를 적어도 나는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그 몸집을 키우고 키워오다가 그 몸집이 한계에 다다를 만큼 빵빵하게 부풀어올랐을 때쯤, 평상시라면 눈치도 채지 못할 아주 작은 자극 하나에 펑 하고 터지며 좋아하는 마음을 사방에 흩뿌려놓곤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 사소한 자극들은 너무나 사소하기에 지나고 보면 그 사소함이 더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경우가..
#1 미패드가 왔다 드디어. 아니 온 지는 1주일 정도 됐지만 처음으로 미패드로 글을 쓴다. 워후 화면이 널찍널찍하니까 글쓰기는 참 좋은 것 같다. 최초의 해외직구 아이템인데 불안함을 딛고 무사히 내 손에 벽돌이 아닌 미패드가 도착해서 좋았고, 싸게 껴준다길래 옵션으로 선택했던 필름은 너무나 붙이기 어려워서 포기했고, 케이스 역시 안맞아서 씌워놓으면 전원버튼을 지맘대로 눌러대는 통에 케이스도 쓰지 못한 점은 마음에 안들었고 다음에 저런거 파는데를 찾아가서 필름도 붙이고 맘에 드는 케이스도 사고 해야지. 예상치 못했던(사실 예상하지 못했다는게 더 놀라울 뿐이지만) 중국 롬...심지어 언어선택에 한글 따위 없어. 중국 네 이놈들... 그래서 야심차게 한글롬을 설치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샤오미스토리라는 네이버..
#1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었는데 '나한테 초대장을 보내줬던'까지 쓰고는 글이 삼천포로 새버렸다. 단순한 이름자를 따다 쓰는 건 너무 쉽고, '후배'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One of them 같은 느낌이고. 뭔가 한 사람을 칭할만한 호칭을 생각하다 F라고 부르기로 했다. 'F'ree해 보이면서, 아직 Free하지 못한 면이 많아 이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F'를 피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참 이뻐라 하는 사람이라 억지로 껴맞춘 'F'reety라는 한 글자의 오타 정도엔 자유로워보이고 좋다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줄 사람같기도 하고,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F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우루루 떠올라버려서 그냥 F로 부르기로 했다. 안녕 F. #2 그래 아까 하고 싶던..
#1 도도씨와 을밀대라는 강남역 평양냉면 집에 냉면을 먹으러 갔다. 처음엔 도도씨가 좋아하는 평양냉면을 먹으러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조금 더 나와 떨어져 살았던 그 사람의 시간을 엿본 느낌이랄까. 그런데 정작 식당에 도착해서는 내 앞에 앉은 도도씨보다 옆자리 테이블에서 나누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쏠렸다. 세네살? (물론 나는 아이의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하지만)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온 그 부부는 쉴새없이 아이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편분은 쉬지 않고 Phoenix를 더 배웠으면 한다고 이야기했고, 아내분은 전에 다니던 유치원은 Math도 Science도 가르치지 않았다며 이번에 옮긴 유치원에 대한 만족감을 표..
#1 폰으로 티스토리를 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일단 쓰기가 힘들고, 뭔가 훅훅 줄이 넘어가버려서 한 문장의 길이를 보기좋게 정리하기도 힘들 뿐더러 무엇보다 한 눈에 글이 들어오질 않는다. 라는 핑계로 주문해버렸습니다. 대륙의 실수라는 미패드2로. 패드를 사는 김에 케이스도 사고, 블루투스 키보드도 사고, 스타일러스 펜도 사고 한국인답게 취미생활의 시작은 장비의 구매부터 하는 것으로 합니다. 아마도 패드가 오면 티스토리에 글을 열심히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봅니다. 지금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2 삶의 의미를 찾지 않으면 나를 찾아와준 올해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한채 빈 손으로 터덜터덜 내 인생에서 떠날 것만 같아서 내 삶에 의미를 갖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1차 목표..
#1 당장 눈 앞에 놓인 길보단 길의 평탄도든 그 길 주변의 풍경이든 길 끝의 이상적인 목적지든 오래 걸을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상반기 취업을 실패했다며 인생 길게 보겠다는 후배에게 해준 이 이야기는 사실 과거의 나를 만나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2 강남역 여대생 살인사건 지하철 비정규직 사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만, 그 중 가장 씁쓸한 생각은 사람들이 사건이 하나 터지면 가장 먼저 누구를 욕할지 찾는 것 같단 것. 그리고 그 욕, 혹은 욕의 공유로 자신의 정의로움을 한껏 뽐내는 데서 만족감을 얻은 뒤 정작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에 대한 고민 또는 어떻게 바뀌어가는지에 대한 확인으로 이어지지 ..
마감시즌이라 집에 오니 11시반 뭘 한 것도 없는데 1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볼 거라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누웠다. 형은 나에게 이미 영화를 누리고 있지 않냐고, 돈 벌고 편히 잘 수 있는게 이미 충분히 영화라고 했다. 나는 퇴근하고 와서 저녁이라도 먹으면 9시인 지금의 삶에서 내 저녁시간이 갖고 싶고, 회사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큰 게, 회사에서 하는 일에 능숙해지는게 나 자신의 발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게 불만이며, 그림도 배우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정작 퇴근하면 아무 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탈진한 채 하루하루를 떼밀려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형은 9시부터라도 니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
참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이유로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달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생각을 종이 위에 펼쳐내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새 긴 문장 하나 쉬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이내 내 머릿속에 남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리고 길게 생각해야하는 문제에선 일상을 방패삼아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기에... 내 생각 하나 정리하지 못하고 하루하루에 떠밀려 소모되어가는 나를 위한, 그리고 내 생각을 위한 피난처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고 얼굴을 찌푸리지도, 쉬이 낙인을 찍고 돌아서지도 않으며, 선악과 정오를 판단하기 전에 내 생각의 이유를 궁금해해줄 그런 이들. 이런 이유로, 이 공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