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나사에서 위대한 활약을 펼친 세 명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60년대, 흑인, 여성, 엘리트 집단. 몇 개의 키워드들만 대충 봐도 느껴지듯, 이 영화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차별과 그것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노력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차별은 나빠요. 우리 모두 지구촌 한 가족, 평등하게 친구친구 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무엇보다 이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차별의 모습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아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에 더욱더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여러 번 다시 곱씹게 되는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 장면을 통해 이 영화가 담아내는 차별의 실상, 그리고 내가 생각하..
어느 부분이 좋냐고 물으면 '그냥 다요' 하고 씩 웃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몇 개의 장면, 몇 줄의 대사, 유려한 촬영 테크닉 등을 콕 집어낼 수 없는, 하지만 자연스레 마음에 들어앉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나는 대게 그런 영화를 예쁜 영화라고 칭한다. 는 그런 영화다. 이유없이 그냥 참 많이 예쁜 영화. 빛나기 시작한 당신, 그냥 그걸로 좋다 나는 엔딩이 정해진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픈엔딩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강요하는 작품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하나로 매조지되는 것이 두려워 화룡점정을 관객에게 미룬 화자의 책임회피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딱 하나, 성장드라마는 예외다. 특히 청소년들의 성장드라마라면 더더욱. 이제 막 빛나기 시작한 그들의 지금을 하나의 결말로 갈무리하는 것이 너무도 아깝기 때문이다..
즐겨보던 웹툰 중 하나인 '홍차 리브레'가 완결됐다.아직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후다닥 끝낼까 아쉬움이 컸지만,후기를 보면서 그 이유가 어느 정도는 이해도 되면서 아쉬움이 다소 가셨다. 그리고 그 아쉬움과 별개로 작가의 후기가 너무나 멋있어서, 생각이 참 단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해두고 싶어졌다.아래는 그 후기. 그림과 함께 보면 더 좋지만 문구만으로도 충분히 뭉클한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어느날 잡지를 보다가 탐나는 테이블을 하나 발견했습니다.그리고 처음으로 응모해본 이벤트에 덜컥 당첨이 되었습니다.작은 테이블 쯤으로 생각했던 상품은 반경 60cm의 입식 테이블로, 조립식 상판을 합치면 가로 2미터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테이블이었습니다.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멋진 ..
다락방 문화칸#0218어떤 가수가 좋아진다는 건(or 심히 치인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음 요 근래 정말이지 열심히 들었던 노래들을 떠올려보자면 일단 안예은, Cheeze 요조, 써니힐(이 분들은 집으로 가는 길 이후에 해체할 줄 알았는데 돌아와줘서 엄청나게 감사한 분들) 정도의 기존에 좋아하던 가수가 있을 것이며, 새로이 치인 가수로는 '신현의와 김루트'가 있다. 한 곡을 듣고 심히 목소리며, 분위기에 치여 전곡을 다 돌리고 있다. 좋아지니 찾아보고, 찾아보니 더 좋아진다는 덕질의 정석을 따르다보니, 저들은 홍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나만 알고 싶은 밴드'이고, 저 노래는 2년 전 노래고 최근 차트 역주행을 한 덕에 내 눈에 걸리었다.그런데 뭐 새로 치인 가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도 ..
[라라랜드] 별이 별에게 바치는 송가 두 번 보고 싶은 영화는 좋은 영화고, 두 번 봐도 좋은 영화는 인생영화지 처음 볼 땐 영화를 따라 흐르고, 거슬러 오르며 요동치는 감정 속에서 길을 잃었고, (그럼에도 매우 좋았고, 여러 장면이 머릿 속에 남았고) 두 번을 보고 나서야 머리 속에 한 줄기로 정리가 된 영화가 바로 이 라라랜드다. 결과를 알고 보기에 과정은 더욱 빛났고, 그래서 더 슬펐고, 내용을 알기에 영화의 치밀함에도 관심을 기울일수 있었다. 이 영화는 대사도, 노래도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서로가 서로를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OST와 그 가사를 따라 내용을 하나씩 짚어내려가보기로 한다. 영화는 시작하고 사람들은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새로운 태양이,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고,..
여러 모임에서 나는 진지하고 열성적이며 확신에 찬 사람이었고,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는 제멋대로에다 짖궂었느며, 마르케타하고는 온갖 노력을 다하여 냉소적이고 궤변적이었다. 그리고 혼자일 때면,(마르케타를 생각할 때면) 나는 겸허했고 중학생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이 마지막 얼굴이 진짜였을까? 아니다. 모든 것이 진짜였다. 위선자들처럼 내게 진짜 얼굴 하나와 가짜 얼굴 하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는 젊었고, 내가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얼굴들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화가 내게 두려움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중 어느 것에도 꼭 들어맞질 않았고, 그저 그 얼굴들 뒤를 맹목적으로 이리저리 헤매 다니고 있었다.) -. 밀란 쿤..
다락방 문화칸#0830뭔가 잘못을 했을 때보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 가끔 그렇게 그냥 기대고플 때가 있다.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든든하고 고마운 사람들 뒤에 살풋 숨어들면 그들은 '무슨 일 있는지' 물어봐줄 것이고, 이를 냉큼 물고 뛰쳐나온 나의 모든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냈음' 이라는 결론에 도착할 것이다. 막연히 그런 기분이 들 때 찾아듣는 노래들이 있다.-최한솔 무슨 일 있나요. 왜 눈물 짓나요. 답답하고 속상해서 그런 건가요. 참 안쓰러워서 괜히 내가 미안해요.어쩌면 오늘도 바람시리고 아무 의미 없는 하루가 지났나요. 집에 가긴 싫고 그렇다고 딱히 불러낼 누군가도 생각나질 않아.그래도 오늘 그대 충분히 잘해냈어요. 답답하고 막막하고 눈물 나..
#1 영화를 보다보면 어떤 영화는 장면이 남고, 어떤 영화는 대사가 남고, 어떤 영화는 생각이 남는다.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 은 장면보단 생각으로 남는 영화였다(물론 하정우는 생수랑 개사료마저도 맛있어보이게 만들 수 있는 먹방 마스터였다는 점은 예외). 이 영화는 내가 지금껏 봤던 이야기 중에 가장 세련되고, 잘 담아낸 세월호 이야기였다. 감독이 이를 의도해든 하지 않았든 말이다. 이 영화는 정말 단순하고, 익숙하고, 진부하게 답답하다. 주인공은 우연하게 터널에 갇히고, 그 터널은 당연하게도 부실공사였으며, 사람들은 이에 분노한다. 살려야한다는 여론이 생기고, 언론은 '단독'보도를 찾아나서고, 정치인들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실로 인간미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정의감 넘치는 소방관이 등장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