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장 눈 앞에 놓인 길보단 길의 평탄도든 그 길 주변의 풍경이든 길 끝의 이상적인 목적지든 오래 걸을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상반기 취업을 실패했다며 인생 길게 보겠다는 후배에게 해준 이 이야기는 사실 과거의 나를 만나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2 강남역 여대생 살인사건 지하철 비정규직 사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만, 그 중 가장 씁쓸한 생각은 사람들이 사건이 하나 터지면 가장 먼저 누구를 욕할지 찾는 것 같단 것. 그리고 그 욕, 혹은 욕의 공유로 자신의 정의로움을 한껏 뽐내는 데서 만족감을 얻은 뒤 정작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에 대한 고민 또는 어떻게 바뀌어가는지에 대한 확인으로 이어지지 ..
마감시즌이라 집에 오니 11시반 뭘 한 것도 없는데 1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볼 거라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누웠다. 형은 나에게 이미 영화를 누리고 있지 않냐고, 돈 벌고 편히 잘 수 있는게 이미 충분히 영화라고 했다. 나는 퇴근하고 와서 저녁이라도 먹으면 9시인 지금의 삶에서 내 저녁시간이 갖고 싶고, 회사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큰 게, 회사에서 하는 일에 능숙해지는게 나 자신의 발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게 불만이며, 그림도 배우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정작 퇴근하면 아무 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탈진한 채 하루하루를 떼밀려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형은 9시부터라도 니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
참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이유로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달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생각을 종이 위에 펼쳐내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새 긴 문장 하나 쉬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이내 내 머릿속에 남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리고 길게 생각해야하는 문제에선 일상을 방패삼아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기에... 내 생각 하나 정리하지 못하고 하루하루에 떠밀려 소모되어가는 나를 위한, 그리고 내 생각을 위한 피난처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고 얼굴을 찌푸리지도, 쉬이 낙인을 찍고 돌아서지도 않으며, 선악과 정오를 판단하기 전에 내 생각의 이유를 궁금해해줄 그런 이들. 이런 이유로, 이 공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