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이라는 건 항상 재미가 없을까? 나에게 맞는 일을 하면 하루하루가 정말 신나지 않을까? 나는 디자인하거나 꾸미는 걸 좋아하니, 디자인 공부를 해서 디자이너를 하거나 디자인을 하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 하루하루가 정말 재미있을 거야. 아니면 원래 하고 싶었던대로 AE를 시작해서 매번 클라이언트가 주는 RFP에 맞추어 매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멋진 기획안을 만들어내면 보람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야. 따위의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체로 복잡한 데이터 분석 작업(오늘 같은 경우엔 4년치의 매출을 일별로 정리하고, 주중, 주말별로 어떤 추세를 보이는지, 휴일의 유무에 따라 매달의 매출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차별로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분석이라든가)을 하다가 집..
#1 영화를 보다보면 어떤 영화는 장면이 남고, 어떤 영화는 대사가 남고, 어떤 영화는 생각이 남는다.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 은 장면보단 생각으로 남는 영화였다(물론 하정우는 생수랑 개사료마저도 맛있어보이게 만들 수 있는 먹방 마스터였다는 점은 예외). 이 영화는 내가 지금껏 봤던 이야기 중에 가장 세련되고, 잘 담아낸 세월호 이야기였다. 감독이 이를 의도해든 하지 않았든 말이다. 이 영화는 정말 단순하고, 익숙하고, 진부하게 답답하다. 주인공은 우연하게 터널에 갇히고, 그 터널은 당연하게도 부실공사였으며, 사람들은 이에 분노한다. 살려야한다는 여론이 생기고, 언론은 '단독'보도를 찾아나서고, 정치인들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실로 인간미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정의감 넘치는 소방관이 등장하고,..
#1오랜만에 다락을 찾았다. 형이 시험이 끝났고, 예상과 달리 너무도 빨리 집으로 내려가버렸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온 집은 이내 현실에 존재하는 다락이 되었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들어갔고, 게임을 했고, 드라마를 봤고, 잠을 잤다. 주말이 되어도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청소도 최소한으로 정말 이건 내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위협한다 싶을 정도의 것들만을 치웠다. 참 많이 잤고, 선물로 받은 향초를 켜봤으며 침대머리에 기대서 스탠드를 켜놓고 책을 봤다. 아주 조금. 그러다보니 공부도, 블로그도 시들해졌고, 해야됨을 알면서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간이 흘러갔다. 아무 것도 안할 때 늘 그러하듯이 엄청나게 빠르게. 다시 한 번 나를 움켜질 계기가 필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