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으로써 나의, 우리의 존재가 짐이 아닌 힘이 되길 원해 LCK 2024 SPRING 결승전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혹시라도 마음 상했을 우리 선수들이 볼 지도 모르는 공간에 작은 위로 한 마디 보태고 싶어서 들어갔던 티원 멤버십 커뮤니티에서 본 누군가의 글 한 줄. 그 짧은 글 속에 담긴 깊은 마음에 오히려 내가 위로와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충전된 인류애가 그만 과해버려서, 티원과 젠지가 보여줬던 어제의 경기력이 너무 훌륭해버려서 그만 기대감을 갖고 들여다 본 유튜브 댓글은..... 역시 혐오보단 사랑을 가까이 하는 편이 여러모로 이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상대를 미워하기 위해 내어놓는 말을 다듬고 깎을만큼의 정성은 없기 때문일까. 상대에게 상처주기 위해 내어놓는 말에는..
공부를 한다. 책을 읽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맥주를 마신다. 비는 시간을 꽤나 알차게 채워 은혜를 만난다. (좋아하는 사람의 실명을 눈치보지 않고 거론할 수 있는 공간이구나 여기는. 그래 가까운 곳에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비밀연애의 도피공간이 이렇게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요즘의 나는 이렇게 산다. 공부보다 책의 비중이 높고, 그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의 비중이 높은 요즘이고, 그게 고민이고, 해결책을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고 그 삶을 방치하는 나는 더 고민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죄책감이 덜하다. 죄책감이 아예 없도록 공부를 먼저 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책을 집어든다. 왜인지 모르겠..
라라랜드에 대해서 쓴 글을 군데군데 손봤다. 처음보단 조금 정돈된 느낌이지만 역시나 썩 마음에는 들지 않는 글이다. 좋아하는 걸 세련되고 깔끔하게 전달해 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가끔 글을 쓰지만, 정말 운좋게도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이 냉큼 세련되게 튀어나오는 글들은 대게 내가 적당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글이다. 적당히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적당한 감상. 이 정도를 쓸 때 내게 가장 만족스러운 글이 나온다.정말 좋아하거나, 엄청나게 소중한 것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대게 만족스럽지 않고, 고치고 싶고, 고치고 또 고쳐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글이 되곤 한다. 아마도 긴장일게다. 나한테 정말 소중한 무언가가 보는 사람에겐 그저 그런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엄청난 긴장감. 이 때문에 괜히..
생각in다락#1005 시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경험이다. 나를 곧 죽일 것처럼 보이고, 당장이라도 큰일이 날 것만 같은 문제들은 대게 지나고보면 느껴지는 정도보다 형편없을만큼 작게 마련이고, 나도 모르게 쌓이는 경험들은 내 앞에 놓이는 많은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의 크기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덜 당황하고, 더 빨리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 그것은 엄청난 능력의 향상이 아닌 경험의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경험은 마음에 뻘처럼 쌓여 점차 마음의 깊이를 메워간다. 하나하나에 모두 뜨거울 수 있었고, 한없이 깊었던 감정들은 경험이란 뻘을 파고들지 못하고, 얕게 그저 그런 감정들로 뒹굴거릴 뿐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뿌듯한 동시에 답답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고 쌓여 마음이 완전히..
#1오랜만에 다락을 찾았다. 형이 시험이 끝났고, 예상과 달리 너무도 빨리 집으로 내려가버렸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온 집은 이내 현실에 존재하는 다락이 되었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들어갔고, 게임을 했고, 드라마를 봤고, 잠을 잤다. 주말이 되어도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청소도 최소한으로 정말 이건 내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위협한다 싶을 정도의 것들만을 치웠다. 참 많이 잤고, 선물로 받은 향초를 켜봤으며 침대머리에 기대서 스탠드를 켜놓고 책을 봤다. 아주 조금. 그러다보니 공부도, 블로그도 시들해졌고, 해야됨을 알면서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간이 흘러갔다. 아무 것도 안할 때 늘 그러하듯이 엄청나게 빠르게. 다시 한 번 나를 움켜질 계기가 필요했다. ..
#1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었는데 '나한테 초대장을 보내줬던'까지 쓰고는 글이 삼천포로 새버렸다. 단순한 이름자를 따다 쓰는 건 너무 쉽고, '후배'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One of them 같은 느낌이고. 뭔가 한 사람을 칭할만한 호칭을 생각하다 F라고 부르기로 했다. 'F'ree해 보이면서, 아직 Free하지 못한 면이 많아 이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F'를 피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참 이뻐라 하는 사람이라 억지로 껴맞춘 'F'reety라는 한 글자의 오타 정도엔 자유로워보이고 좋다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줄 사람같기도 하고,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F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우루루 떠올라버려서 그냥 F로 부르기로 했다. 안녕 F. #2 그래 아까 하고 싶던..
#1 당장 눈 앞에 놓인 길보단 길의 평탄도든 그 길 주변의 풍경이든 길 끝의 이상적인 목적지든 오래 걸을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상반기 취업을 실패했다며 인생 길게 보겠다는 후배에게 해준 이 이야기는 사실 과거의 나를 만나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2 강남역 여대생 살인사건 지하철 비정규직 사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만, 그 중 가장 씁쓸한 생각은 사람들이 사건이 하나 터지면 가장 먼저 누구를 욕할지 찾는 것 같단 것. 그리고 그 욕, 혹은 욕의 공유로 자신의 정의로움을 한껏 뽐내는 데서 만족감을 얻은 뒤 정작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에 대한 고민 또는 어떻게 바뀌어가는지에 대한 확인으로 이어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