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커리어네트워킹 세션을 다녀왔다. 영어를 좀 할 수 있어야, cv가 확실히 준비되어야 한다고 미루다간 이도 저도 안되겠기에 무작정 부딪혀 보기로 한 결심의 소산이다. 주말에는 around the world라는 거창한 이름의 MBA 애들 파티도 갈 거다. 애들이 준비한 세계음식 준다드라. 걱정이 무안하게도 네트워킹 세션은 꽤나 잘 알아먹을만 해고 동시에 꽤나 유용했다. 그리고 복치가 속삭였다. 네가 영어가 는 게 아니라, 저만큼 깔끔하게 영어해야 여기서 취업하는 거라고.
#5이제야 어플의 도움도 받고, 어느 정도의 눈치도 생겨서 네덜란드 슈퍼에서도 장을 잘만 본다만 처음 와서는 생필품 사는 것들이 난관이었다.특히나 클렌징폼 사는 게 제일 힘들었는데, 기껏해야 니베아에서 나온 젤 타입 페이스워시(그것도 포 맨, 여성용 클렌징폼은 아예 없었다.) 정도밖에 없어서 그걸 사왔는데, 어우 30대에 이마에 트러블을 다 만들어주는 타임워프형 클린징 폼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양놈들이 막 시간도 거꾸로 보내고)열심히 대체재를 찾다보니 여기서는 페이스&바디 워시 제품을 그리 많이 팔더라. 더러운 놈들인지, 효율적인 놈들인지, 아니면 더럽게 효율적인 놈들인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3뭔가 뇌에도 모드 같은게 있는 것 같다. 공부모드는 정말이지 시동 거는게 참 오래 걸리는데, 놀자모드는 제로백이 기가 막히게 좋은 것 같다. 스포츠카 같은 건가.네. 잠깐만 놀고 공부해야지 했다가 저녁 공부는 제대로 말아먹었단 소립니다. +)CV 평가세션이 처음 있었다. 덕분에 그룹 사람들 뭐하고 살았었는지를 처음 알게됐다. 사실 처음에 만났을 때 서로 소개를 하긴 했지만 거의 못 알아먹었다. 활자로 봤더니만 우리 조에서 내가 경력이 제일 허술해보이는 느낌. 인도친구는 인도에서 아마존을 다녔고, 중국친구, 페루친구는 둘 다 경력이 10년 가까이 되고, 대만친구가 그나마 나랑 경력이 비슷한데 그러면서도 대만에서 은행 갔다, 여행사 갔다, 다시 은행 갔다 했다. 행복회로를 돌리자면 얼마든지 이런 대단한 ..
#1영어강의가 너무 안들려서 하루 하나씩 테드를 듣는 습관을 들이고자 결심했고, 첫 영상은 '외국어를 쉽게 익히는 비결이 무엇인가요'였다.'프렌즈 독일어판을 전혀 못알아듣는 채로 시즌2까지 그냥 봤어요, 시즌 3쯤 갑자기 그들의 농담이 들렸을 때의 희열은 정말이지 굉장했어요.'이 약이 효과가 있는지는 시즌3에 다다르고 나서 적을 거다. #2외국에 와서 살면서도, 매일같이 영어를 듣고 쓰면서도 그저 혼자 산다는 느낌이지 외국에서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언제 '아, 내가 외국에 살고 있구나'하고 실감했는지 궁금해진다.그나마 내가 외국에 살고 있구나 싶은 건 세상 야박한 '권리자의 요청으로 해당국가는 서비스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메시지 그리고 최근에 그마저도 'According to..
0115#1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신기한 일이다. 잠시 나에게서 떨어져 나와서 나를 관찰하는 그런 기분이 된달까. 우리 애인이랑 연애를 시작한 이래로 내 말투 속에, 행동에서 애인을 발견하는 건 그저 반가운 일이었는데, 시간도 거리도 떨어져 있다보니 반가움 사이로 슬몃슬몃 외로움이 스민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이 역시나 더 크니 잊기 전에 하나 둘 기록해본다.1. 우리 애인은 못 왔지만 우리 애인네 수건은 따라왔다. 빨래 개다가 서울대학교 수건 발견..2. 시장보면서 사이즈별로 지퍼백을 사왔다. 공기를 빼가며 잘 눌러진 야채도, 파도, 떡도 냉동실에 차곡차곡 테트리스됐다.3.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뒤집어 말리기보단 마른 수건으로 닦아서 바로 넣는 습관이 생겼다. 4. 빨래를 개는 방식..
01.143일에 도착했으니 이제 열흘남짓 시간이 지났다. 생활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줄타기 같다. 어딘가 아슬아슬한데 또 걱정할만한가 하면 그런 정도는 아니고. 어떻게든 물건도 사고, 수업도 듣고 아니 수업은 아직 듣는다고 이야기하기엔 그저 흘러가는 말들이 50% 이상인 것 같으니 그저 강의가 있는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 정도로 해두자. 뭔 말인지 모르겠어. 그나마 교재가 있는 것들이면 조금 나은데, 교재없이 대뜸 수업하는 것들은 뭔가 기댈 구석이 없으니 한 번 흘러가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같이 쓸려가곤 한다. 뭔 말인지 모르겠어. 질문인지 그냥 수업인지 구별하는 게 어려워. 뭐가 질문인지 캐치하기가 너무 힘드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수업이 어마어마하게 어려워서 영어가 아니었어도 못 알아먹겠냐 그러면 그건 ..
일상to다락 #0221정리가 되지 않은 마음을 듣는 일은 참으로 조심해야되는 일이다. 정리되지 않은 타인의 아픔을, 혼란을, 자신마저도 정리를 못할 정도로 흩어져 있는 감정을 하나로 그러모아다 원래의 형태를 찾아주고, 거기다 위로까지 더할 수 있다니.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그런 게 가능하다면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해버릴 거다.내가 참 아끼는 후배의 연애이야기를, 정확히는 이별이야기를 들었다. 밥먹으면서 던진 연애는 잘 하고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은 그 후배는, 왜 헤어졌냐는 내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 아직'이라고 대답했고, 거기서 멈춰야 하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러가서 굳이 더 이별의 이유를 묻는 우를 범했고, 후배는 정리가 안된 자기 감정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첫 사랑을..